글과 사진

잊을수 없는 선생님

한앞사랑 2009. 1. 18. 19:07

잊을 수 없는 선생님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이셨던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의 소유자, 편안하고 따뜻한 미소의 ‘박옥향’ 선생님은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구구단 외는 것을 노래로 재미있게 가르쳐서 동기들 중에 구구단 모르는 사람을 없게 만드신 분이시다. 선생님은 당시 우리 집 뒤쪽의 학교 인근에 세를 얻어 사셨는데 가끔 가정 방문 겸해서 큰 누님에게 마실 나오시기도 했었다.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실 땐 부끄러움 많았던 나는 뒷방에 숨거나 아니면 몰래 도망치곤 했다.


사진 왼쪽은 큰누님 오른쪽은 누구신지? 배경은 초등학교 후정

한번은 글짓기 시간에 몇 가지 글제를 주셨는데 마땅한 소재가 없던 나는 ‘내 동생’이란 글제를 택했고 친동생이 없던 터라 다섯 살 어린 조카를 동생 대신 ‘내 동생’ 으로 해서 글을 지어 제출 했는데 일은 터져버렸다. 글을 검토하시던 선생님이 내 글을 보시고는 조카를 동생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하시며 수업 중에 직접 내 글을 읽으셔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었다.

안동(?)이 고향인 선생님은 체육 수업을 어려워 하셔서 잠시 함께 거주하시던 동생 박명수님이 평행봉, 철봉지도를 해주신 적이 있었다. 방과 후 책보자기를 집에 갖다 두고 다시 학교로 와서 선생님께 칭찬받아 볼려고 혼자서 열심히 철봉 연습을 하고 있었다. 철봉에 매달려 멀리뛰기로 한껏 하늘을 날았다 싶었는데 일순간에 천만 뜻밖의 포근한 선생님 가슴이라!!!???...

선생님과 동생분이 학교 교정을 산책하시다가 나도 모르게 가까이 오셔서 나르는 순간의 나를 가볍게 안으신 모양이었다. 그때 선생님의 아늑한 품은 지금도 잊을 수 없음이야 당연하다.

세월이 흘러 선생님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그 시절 우리와 함께 어울리시던 선생님의 자애로운 모습이 참으로 존경스럽다. 그렇게 산다는 것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겠기 때문이다. 교직 정년이 62세이니 현직은 벌써 떠나셨을 것이다. 어디에 계시는지? 소식이라도 접하면 여러모로 부끄러운 제자지만 꼭 찾아뵈옵고 고마움의 뜻을 전하고 싶다.

2008년 8월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