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그 시절을 그리며
범드메, 범더미, 범디미? 정확한 명칭도 담긴 뜻도 모르지만 초등학교 소풍 때면 우리 동기들이 단골로 찾던 곳이었다. 설레어 잠 못 이룬 들뜬 가슴으로, 어머니의 자애로운 손길 따뜻한 맘이 담긴 삭힌 감, 찐 밤, 삶은 계란을 보자기에 챙겨 갖고 10리길 매번 걸어서 찾았던 곳, 그 곳에서 우리는 자연을 벗 삼아 노래하고 놀이하고 보물찾기하곤 했었다. 지금도 아쉬운 기억은 아카시아 숲 사이, 돌 더미 구석구석에 숨겼을 보물 쪽지를 난 한 번도 못 찾은 것이다. 훗날 계취하면서 범드메를 다시 찾았는데 산천은 옛날 그대로였으나 그 시절 보물 쪽지는 찾을 수가 없었다. 마음 속 보물이나마 하나 만들어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 범드메 원경(2008년 8월)
6학년 봄 소풍은 20리 넘는 길을 걸어 주왕산을 찾아갔다. 기암, 아들바위, 급수대, 학소대 참으로 신기한 경관이었다. 주왕굴, 무장굴, 망월대... 주왕의 전설은 그때 우리에겐 현실로 다가왔었다........
돌아오는 길에 들린 주왕산 초입의 삼의초등학교와의 야구시합은 우리학교가 패했지만 지금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초등학교 전경(2008년 8월)
가을의 수학여행은 두분 선생님의 인솔로 천년고도 경주로 갔었는데 첨성대, 안압지, 반월성, 포석정 두루 두루 구경 한번 참 잘했었다. 해질 무렵 들린 여관에서 꼴짝 촌놈 난생 첨으로 전깃불을 봤다. 눈이 번쩍 떠졌다. 낮과 같은 밤이라니! 가물가물 호롱불에 익숙하던 우리에게 전등은 희망의 불빛이었다.
이튿날 새벽 잰걸음으로 토함산에 올라 석굴암 앞에서 일출을 기다렸었지. 구름사이로 어깨 너머로 일출을 제대로 본건지, 못 본건지는 기억이 없다.
돌아오는 길의 강구 바닷가에서 조개도 줍고 기념 촬영도 한 것 같다.처얼석! 처얼석! 산골 촌놈 파도소리를 그때 첨 들었다. 망! 망! 대! 해! 갑자기 시야가 커졌다. 동해너머 태평양까지........큰(?) 꿈을 품었었다.
꿈속 같은 추억의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어쩌다 가끔씩은 생각이 난다. 반백을 넘어 육순을 내다보는 친구들이여! 우리 함께 그 시절을 되새기며 내일의 소박한(?) 꿈을 다시 품어 보지 않으려나.
- 2008년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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